기획/ 사립탐정협회장 인터뷰 "공무원들 밥그릇 싸움에 국민만 피해"
Fact
▲'사립탐정'으로 불리는 민간조사원 도입을 두고 법무부·경찰청과 대한변호사협회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도 도입에 반대해온 법무부는 현 정부 들어 갑자기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러자 이번엔 "사생활과 인권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View
대한민간조사협회는 민간조사원 도입을 위해 2000년 설립된 단체다. 팩트올이 2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협회 건물에서 하금석 회장을 만났다. 그는 "나랏밥 먹는 사람들이 패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다"며 밥그릇 싸움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조사원 하는 일, 기자와 다름없다"
"민간조사원이 하는 일은 기자와 똑같습니다. 사건사고 현장 가서 보고 들은 사실 기록하고, 그를 토대로 진실을 규명하는 것입니다. 공권력과는 상관이 없어요. 오히려 경찰의 증거 수집을 도와준다는 점에서 수사력의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사생활 침해니, 수사권 침해니, 개인정보 유출이니, 이런저런 이유 들면서 도입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결국은 권력기관의 밥그릇 싸움이죠."
민간조사원 도입 논의는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15대 국회에서 하순봉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은 공인탐정에 관한 법률을 최초로 제안한 것이 시작이다. 하지만 발의조차 되지 못하고 15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2005년 17대 국회에선 이상배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공인민간조사업법'이란 이름으로 다시 이 제도를 발의했다. 2008년 18대 국회에선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이 '경비업법 개정안'으로 또 다시 발의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경찰청, 그리고 국회 소관소위끼리의 의견 충돌로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한민간조사협회 하금석 회장.
"법무부와 법제사법위원회가 문제"
하금석 회장은 "법무부와 법제사법위원회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제사법위원회가 민간조사원 관련 법안의 법률적 하자가 없는데도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을 우려해 통과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하 회장은 "지금은 정보통신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이나 개인정보보호법 등 국민의 사생활을 지켜주기 위한 방패가 다 있다"면서 "그런데 법사위가 법률만 따져 실익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무부가 검찰의 수사권을 민간에게 뺏길까봐 전전긍긍한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법무부는 모든 결정을 자기들이 다 하려고 하면서 법안 방해만 해왔다"며 "국민의 권익을 위해 수사권 넘길 부분은 넘겨야 되는데 칼자루를 놓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계속 반대하다가… 현 정부 들어 입장 바꾼 법무부
19대 국회에는 현재 민간조사원 도입과 관련해 2개 법안이 계류돼있다.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발의한 '경비업법 전부개정안'과,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발의한 '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그런데 이번엔 법무부가 입장을 바꿨다. 경찰청과 함께 민간조사원 도입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법무부는 경찰청과 함께 "민간조사원의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3월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하금석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 강조하니 법무부가 눈치를 보다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대한민간조사협회 사무실에 걸려있는 수료식 사진.
제동 건 변협… "배후 세력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엔 대한변호사협회가 제동을 걸었다. 대한변협 이효은 대변인은 29일 팩트올에 "사생활과 인권 침해 가능성이 민간조사원 도입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형벌권에 의해 국가기관이 대리한 업무를 민간에서 수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하금석 회장은 "배후 세력이 있는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민간조사원 도입되면 변호사한테 오히려 유리합니다. 증거자료 충분히 구해서 갖다 줄 테니까요. 업무 분담도 되고, 얼마나 좋겠습니까. 지지하는 변호사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반대하고 나서는 건…, 뒤에서 누군가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변협의 이효은 대변인은 "대한변협은 인권과 변호사 윤리를 우선적으로 중요시하기 때문에 민간조사원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김지미 대변인은 "민간조사원과 관련된 논의는 한 적 없다"고 29일 말했다.
"피해보는 건 결국 국민"
하금석 회장은 "민간조사원 반대로 피해보는 건 결국 국민"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 호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민간조사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예금보험공사는 부실 저축은행 경영진들이 숨겨놓은 해외 재산 찾는 데 외국 탐정을 고용했어요. 국세청도 탈세 조사하려고 외국 탐정 썼고요. 국민 위한 보조역할 하고 선진국에서 대우받는 직업, 합법화하자 이겁니다."
|